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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는 이야기/일상 다반사

어머니, 이젠 편안히 쉬세요...


시장 어귀를 들어서는데 하얀 백발의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들어온다.
아~~ 어머니...나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왔다..
한 쪽으로 비켜서서는 그 할머니가 다 지나가도록 한참을 그냥 서 있었다.

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려고 칫솔을 집어 들었다.
칫솔에 노란고무질이 돌돌 말려 있다.
아~ 어머니...어머니의 칫솔이 생각났다.
평소에 찾기 좋으라고 노란고무줄을 말아 놓고 쓰시던 어머니..
아직까지도 틀니를 담구어 두시던 통도 그대로 있다.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*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      *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   *
어머니가 떠나가시기 전 날은 비가 많이도 내렸다.
병원에 지내시다가 막내 딸네집으로 오신지 일주일이 채 안되었는데
저녁에 어머니가 안좋으시다는 연락이 왔다.
급하게 서둘러 집을 나섰다.
어머니가 계신 시누이집에 들어가니..벌써 형제들이 모여 있었다.
큰누나가 어머니, 저 사람 누구야? 맛짱을 가리키며 큰 형님이 물어 보았다.
눈을 감고 계시던 어머님은 눈을 뜨고 쳐다보고는
"응, **이 처, 둘째 며느리~"하면서 또렷하게 대답을 하신다.
다른 형제들을 가리키며 물어도 정확하게 대답을 하신다.
가끔은 정신을 놓는 바람에 알아보지 못하시고..
마치 낯선사람인냥 물끄러미 쳐다만 보실때도 있었는데..
그날은 아주 잘 알아보셨다. 우리는 몰랐다.. 그것이 어머님의 이별 인사인것을..

다음날 오전 다시 전화가 왔다.
서둘러 어머니께 도착을 하니 벌써 구급대가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.
어머니의 얼굴을 만져보았다.
눈을 꼭 감은채 아무말이 없다.
볼이 차갑다..
구급대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.
응급실에서 다시 응급처치에 들어갔고...그리고 심폐소생술..
이어지는 사망진단,,,어머니는 그렇에 우리의 곁을 떠나셨다.
어머니의 얼굴을 만져보니.. 집에서 계실때보다.. 더 따뜻했다.
의사의 사망진단이 없었다면..돌아가셨다는 것이 믿어지지 못할 정도이다.
옆지기가  어머니의 코에 손을 대어보고는 숨이 들리는 듯 한다고 한다.
의사에게 손도 발도 얼굴도 이렇게 따뜻한데..
잘못 진단을 한것이 아니냐며 다시 확인을 해 달라고 했다.
그 맘은 이해를 하지만.. 의사로서 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였다.
남편은 어머니의 얼굴을 보듬으며 오열을 했다..
옆지기의 눈물을 처음보았다.
어머니는 그렇게 떠나셨다.

당신이 이제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을  직감을 하셨는지..
떠나시기 전 날 맑은 정신으로 자식들의 얼굴을 일일이 둘러보고
새벽녁에는 사랑하는 막내딸의 이불을 덮여주며 딸을 토닥이셨다고 한다.
이 모든것들이 어머님의 작별인사인지를 자손들만 몰랐을 뿐..
어머니 당신은 이미 알고 계셨던것 같았다.

지난 4월의 마지막날이 어머님의 49제였다.
전 날 제를 준비하기위해 형님네도 가는데.. 여느때와 똑같이.. 어머님을 뵈러 가는 기분이 들었다.
나의 시어머니가 이 세상에 안계시다는 것이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난다.

아침,점심,저녁 제를 지내고 저녁에는 어머님의 한복과 두루마기를 태우며
어머니께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데 자꾸만 어머니가 서 계시던 창가에 눈길이 간다.
창밖을 내다보며 '느이들 거니서 뭐하니~~'하시는것만 같다..
조금 더 자식들의 곁에 머무셨으면 좋았으련만.. 그 동안 신경을 더 써드려야 했는데..
못해 드린것들에 대해 많은 후회감이 밀려왔다....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*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   *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*

어머니...지난주 목요일에 49제를 지내고도 몇날이 지나 갔것만 ..
어머님이 저희곁에 안 계신다는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아요.

일요일에도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러 형님댁에 다녀왔어요.

형님에 도착을 하니.. '어서와라~'하며 반갑게 손을 잡아주시던 어머님이 보이는 듯 하였습니다...
어머니의 방도 그대로..어머님이 시집올때 가지고 온 오동나무장이 그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것이
저를 더욱 슬프게 만들어 가방을 들여 놓고는 일부러 어머니 방에 들어가지 않았어요.
어머니가 건강 하실때는 옆에 앉아 이런저런 말씀을 해 주셨는데...
이때 쯤이면.. 어머님 목욕을 시켜드릴시간이였는데.....
형님네 곳곳마다 어머님과의 추억이 생각나고...
계셔야 할 그자리에 어머니가 안계셔 정말 우울한 날이였어요.

어머니, 내일이 어버이날이라 그런지.. 어머니 생각이 더 많이 나네요...
돌아오는 일요일은.. 애비와 아버님, 어머님을  뵈러 갈께요...
이승에 모든 일은 이제 잊어 버리고  아픔이 없는 그 곳에서 아버님과 함께 평안히 쉬세요.

어머니, 이젠 편안히 쉬세요...